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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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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48
  • 2026.08.16 14:06
 
8.16일 아침 단상
 
(비가 가르쳐 준 쉼표)
 
하늘시인 이영하
 
 
새벽 다섯 시,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길 위에 빗물이 먼저 내려와 아스팔트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걷는다.
오늘은 주말, 세상이 잠시 걸음을 늦추는 날이다.
나는 오늘 교중 미사에 참례하려 한다.
일주일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마음을 잠시 멈추어 세우고,
내 안에 쌓인 소음 하나를 내려놓는 시간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도 쉼표가 있듯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한 날이 있지 않을까.
쉼표는 음악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음을 더 아름답게 들려주기 위한 짧은 침묵이다.
오늘의 안식도 그러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
 
 
요즘 지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뜨거워진 바다와 길어진 폭염, 가뭄과 산불, 갑작스러운 폭우와 홍수,
거세지는 태풍과 지진,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의 변화까지.
인간이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대는
어쩌면 이미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자연을 이기는 법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무도 겨울이면 잎을 내려놓고, 강물도 쉼 없이 흐르면서
마침내 바다에 자신을 내려놓는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더 빨리 가는 것보다 때로는 멈추어 바라보는 것,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 조금 덜 가지며 나누는 것,
이기는 것보다 함께 살아남는 것을 배우는 것.
오늘 아침의 비가 그 오래된 진리를 조용히 일깨운다.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 동안 세상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오늘만큼은 세상을 바꾸려 하기보다
세상이 내 마음을 조금 바꾸게 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미사에서 지인들과 이웃과 가족, 전쟁과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가뭄과 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이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고 싶다.
안식의 평화가 성당 안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지나
다시 이 비 내리는 지구로 흘러가기를.
 
 
새벽의 이슬비는 아직 내리고 있다.
오늘은 조금 천천히 걷고, 조금 깊이 바라보고,
조금 더 따뜻하게 사랑하는 날.
음악에는 쉼표가 있어 노래가 다시 아름답게 이어지듯,
우리의 삶에도 오늘 같은 쉼표 하나가 있어
내일의 노래가 더 깊어지기를 바란다.
8월 16일 아침, 비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멈춤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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